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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원 교수님의 최근 인터뷰 내용이 NTIS "과찬의 말씀" 70화에 개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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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33회 작성일 2021-11-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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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IS_과찬의 말씀 70화  / '뇌 연구에는 인내와 꾸준함이 필요하다'  /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고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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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자폐, 조현증 …. 불치라 여겨졌던 뇌 질환 치료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인류가 얼마나 기다려왔던 일인가! 뇌 기능을 매개하는 기본단위인 시냅스에 관한 연구에 전념해 온 고재원 교수. 그는 시냅스 접착 단백질 LRRTM의 시냅스 기능을 세계 최초로 보고한 바 있으며, 70여 편의 세계적인 학술지에 꾸준히 관련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시냅스 연구라는 외길을 걸으며 눈부신 성과를 이루어온 신경생물학자 고재원 교수를 직접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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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원 교수는 자신을 신경과학 분야 연구자라고 소개한다. 뇌에 있는 세포들을 뉴런 (혹은신경세포)이라고 한다. 신경세포와 신경세포간 정보를 주고받는 중요한 장소가 바로 시냅스다. 고재원 교수는 바로 이 시냅스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 시냅스에 문제가 생기면 어떠한 뇌 질환이 발생하는지 등에 관한 기초신경과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21년을 한결같이 같은 분야를 연구해온 고재원 교수도 처음부터 연구자로서의 길을 걸으리라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신념이 확고한 요즘 학생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은데, 일찍이 본인이 그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전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해 소위 말하는 모범생으로서 학창 시절을 보낸 후 카이스트에 입학하고도 여전히 진로에 대한 고민이 남았다. 생물학에서 배운 지식을 법률에 접목해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삼고자 독학으로 변리사시험 1차까지 통과하며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그런데 그는 이때 우연히 신경과학 분야를 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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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원 교수는 카이스트 학부시절 생물학을 전공했지만, 신경과학을 공부할 기회는 없었다. 현재는 카이스트에 열 명이 넘는 신경과학 교수진이 있지만, 당시에는 관련 연구를 하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다. 고재원 교수는 대한민국 신경과학 분야를 개척해온 김은준 교수가 카이스트에 부임한 첫해에 만난 첫 제자였다. 그는 단박에 신경과학에 매료되었다. 공부할수록 재미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 몸에서 뇌가 중요한 만큼, 뇌를 연구하는 분야는 생물학뿐 아니라 심리학, 공학, 화학, 물리, 철학 등 다양하다. 문·이과를 모두 좋아해 진로에 확신을 두기 힘들었던 성향은 오히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융·복합 연구에 도움이 되었고, 연구의 영감을 얻는 데 장점이 되었다.

그는 박사후 연구원으로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에 재직하면서 인생의 두 번째 스승인 토마스 쥐트호프(Thomas Sudhof) 교수를 만났다. 토마스 쥐트호프 교수는 독일 출신의 미국 생화학자로, 2013년 인간의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세포의 물질 운송 메커니즘을 규명하여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시냅스 연구 분야 최고의 권위자이다. 고 교수는 쥐트호프 교수와 일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임팩트 있는 시냅스 생물학 연구의 재미를 느끼며 몰두할 수 있었다. 쥐트호프 교수가 90년대에 발견했던 시냅스 접착 단백질 뉴렉신(neurexin)과 뉴로리긴(neuroligin)의 기능 연구에 몰입하는 동시에, LRRTM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신규 시냅스 접착 단백질을 다수 발굴하고 관련 시냅스 기능을 세계 최초로 보고하여 몇몇 연구 성과가 신경생물학 최고 권위지 '뉴론(Neuron)'에 게재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2011년 귀국하여 강의와 연구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자리를 잡아가던 고재원 교수는 2017년 2월 대구경북과학기술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또 한 번의 인생 도전을 감행하고 있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었다. 망설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인프라와 지원이 약속된 곳에서 새로운 연구에 대한 기회를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그를 이끌었다. 이후 고재원 교수를 중심으로 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진은 다양한 시냅스 접착 신호전달 기전을 규명하여, 뇌 질환 신규 치료제 개발을 위한 새로운 연구 방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기다림과 지지가 뇌 연구를 발전시킨다

고재원 교수는 시냅스 접착단백질 관련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14년 아산의학상, 2016년 젊은과학자상(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시냅스를 구성하는 핵심 인자들은 과연 무엇이며, 이 중 시냅스 접착 단백질들은 어떻게 시냅스 구조 및 기능을 조직하여 신경전달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며, 신경회로를 구성하는지에 관한 연구를 하던 그가 연구를 확장하게 된 계기는 호기심이었다.

오믹스(Omics) 기술이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특히 유전학자들은 뇌 질환 환자들의 여러 코호트 (cohort, 특정 기간에 태어나거나 결혼한 사람들의 집단과 같이 통계상의 인자를 공유하는 집단)를 모아서 유전체 검사를 실시해왔는데, 그중 1%%내외에서 자주 발견되는 유전자들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대부분 시냅스에서 발현하는 유전자들이었다. 이 정보들을 이용하여 다양한 동물 모델들을 제작하여 분석해 보니, 정신질환 환자들과 유사한 행동 양상을 보이는 것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이러한 실험적 증거들이 모이자 10년 전부터 학자들이 많은 뇌 질환이 시냅스의 기능 문제로 생긴다는 '시냅스 뇌 질환 가설'을 주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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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뇌 질환 치료의 답을 알아낸 것일까? 관련 연구자가 아니라면 시냅스의 기능을 조절하는 유전자들을 찾아서 이들을 연구하여 치료법을 내놓는 것이 왜 어려울까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단일 시냅스에만 약 1천~2천 개 정도의 유전자가 존재한다. 유전자 하나를 연구하는 데도 평균 20~30년이 걸리고, 그나마 운이 따라줘야 그 기능을 찾을 수 있다. 토마스 쥐트호프 교수도 신경전달을 매개하는 핵심 단백질들을 찾아내고, 관련 작동 기전을 규명하는데 30년이 넘는 시간을 소요했다. 뇌 연구가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뇌에는 1016개에 달하는 천문학적 숫자의 신경세포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나의 신경세포는 약 1천~2만 개에 달하는 서로 다른 입력 신호를 받는다. 내게 1천 명에서 2만 명이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다면, 내가 들을 수 있는 정보에는 상황 및 선택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때 우리 뇌 신경세포도 일종의 컴퓨터처럼 정보를 받아들인 다음에 이를 가공하여 다른 신경세포들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이를 받아들인 다른 신경세포는 또다시 다른 신경세포들로 가공된 신경정보를 전달한다. 놀랍게도 우리 뇌 신경세포는 굉장히 빠르고 정확하게 신경정보를 전달하며, 이것은 시냅스가 제대로 작동해야 가능하다. 고재원 교수는 신경세포들 간 대화 창구인 시냅스가 어떻게 구성되어 궁극적으로 뇌 신경회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지에 관한 근본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경세포 막에 존재하는 시냅스 접착 단백질들이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핵심 인자일 것으로 예측하고, 이 인자들이 신경세포들에서 다양한 시냅스를 구성한다는 다각도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즉, 궁극적으로는 시냅스 형성을 매개하는 분자 규칙을 도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보여주기식 아닌 질적 성취를 이루어가는 '좋은 과학'을 할 때

고재원 교수는 김은준 교수에게 과학의 재미를 배웠다면, 토마스 쥐트호프 교수에게는 어떤 과학이 중요한 것인가를 배웠다고 한다. 오래 걸리고 힘든 뇌 연구에서 이것은 중요하다. 얼마나 유명한 저널에 논문을 실었느냐가 아니라, 누구나 훌륭한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결실을 얻는 좋은 과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의 목표는 약으로 비유하자면 부작용(Side effects)을 가능한 줄인 맞춤형 약을 만들고자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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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과학을 위해서는 우선 성숙한 과학 문화가 구축되어야 한다. 대중 모두가 과학의 필요성에 통감하고 심미적 관심과 흥미를 느껴야 한다. 그런 사회에서는 과학을 이해하는 눈높이도 바뀌고 기초과학을 접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또한, 과학 정책이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일이 없이 일관되어야 할 것이며, 국가 RND 사업이 연구 현장에서 몸소 체감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띠어야 할 것이다. 때로는 해외 석학의 초빙조차도 규제 등으로 원활하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때 NTIS의 역할도 중요하다. 단순 정보 제공에서 벗어나 연구자들이 주기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조사하여 정비하고, 연구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돼야 할 것이다.

바쁜 연구 일정 속에서도 다양한 책 읽기를 즐기고, 그 속에서 아이디어 얻기를 놓치지 않는 고재원 교수. 그는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연구 기법과 방식을 도입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늘 새로운 관점에서 도전해가는 고재원 교수가 있기에, 여전히 미지로 가득한 뇌 속 시냅스의 비밀에 우리가 나날이 더 가까워지리라 믿는다.

내 인생의
한 수

"쉬운 일은 없다. 힘든 과정도 기꺼이 즐길 마음을 가져라"

후배 학자들이나 제 제자들만 보더라도 저보다 훨씬 똑똑하고 뛰어난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연구가 힘들어 본인이 계속 과학자의 길을 걸을지 고민하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과학은 쉽지 않죠. 그러나 쉬운 연구, 쉬운 일은 세상에 없습니다. 저 또한 스스로 과학 분야에 있어 뛰어나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부족하지만, 그저 열심히 노력해 왔을 뿐이죠. 예전 한 유명 강사분이 1시간짜리 강의를 발표하기 위해서 본인이 하기 싫은 제작진과의 준비 회의에 드는 16시간을 기꺼이 희생하고 있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 적 있습니다. 과학자로서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면 이러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고재원 교수

프로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물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신경생물학으로 이학석사 및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원,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원, 연세대학교 생명시스템대학 생화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냅스의 구조 및 기능을 조절하는 분자 기전에 관심을 두고, 시냅스 접착 단백질의 기능 연구를 통한 각종 뇌 질환의 병인 기전을 연구하고 있다. 2011년 청암펠로우쉽, 2014년 아산의학상 젊은의학자상, 2016년 제20회 젊은과학자상, 2017년 DGIST 최우수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더불어, 차세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운영위원, Frontiers in Molecular Neuroscience 편집위원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https://www.ntis.go.kr/ThCardNewsView.do?endRow=7&idx=198&searchWord=&infoTypeCd=001&searchTy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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