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 동료의 ‘틱’ 증상 고칠 수 있다고?
연세대 연구팀, 시냅스 접착단백질 ‘슬릿트랙’ 기능 규명
2013년 01월 28일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거나 킁킁거리고, 특정한 말을 되풀이하는 등의 증상을 ‘틱(tic)’이라고 한다. 이런 행동은 주로 강박증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년 이상 비슷한 증상이 되풀이되면 ‘투렛병’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틱이나 투렛병은 약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 연구진이 강박증을 일으키는 단서를 찾아 이들 증상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 고재원-김철훈 교수

고재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와 김철훈 연세대 의대 약리학교실 교수 공동연구팀은 신경세포를 흥분시키거나 억제하는 데 시냅스 접착단백질인 ‘슬릿트랙(Slitrk)’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단백질은 특히 강박증, 정신분열증, 조울증 등과 관련됐다고 알려져 관련 뇌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시냅스는 1000억여 개에 이르는 뇌신경세포를 연결하는 부분이다. 200만 분의 1mm 가량의 미세한 틈에 엔돌핀이나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흐르면 전기화학적 신호가 전달돼 정보를 주고받는 것인데, 슬릿트랙은 신경세포를 이어주는 시냅스가 생성될 때 필요한 일종의 접착단백질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신경세포는 다른 신경세포를 흥분시키기도, 억제시키기도 하는 등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가 서로 협력해 정상적으로 정보가 전달되도록 한다. 만약 이런 균형이 깨지게 되면 자폐증이나 정신분열증 같은 뇌질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균형을 유지하는 데 슬릿트랙 단백질과 ‘LAR-RPTP 단백질’이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두 단백질이 자물쇠와 열쇠처럼 결합해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의 생성을 유도한다는 것. 특히 슬릿트랙 단백질이 LAR-RPTP 단백질의 어느 부위에 결합하느냐에 따라 흥분성 시냅스나 억제성 시냅스의 생성을 촉진함으로써, 시냅스 생성을 선택적으로 조절해 균형을 유지한다는 걸 증명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쥐의 뇌조직에서 추출한 신경세포를 발달, 분화시킨 신경배양세포에서 슬릿트랙 단백질이 많이 발현되면 시냅스 숫자가 늘고 반대의 경우에는 시냅스 수가 감소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슬릿트랙 단백질이 다른 시냅스접착단백질과 마찬가기로 시냅스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증명한 것.
고재원 교수는 “슬릿트랙 단백질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투렛병이나 강박증 같은 뇌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라며 “뇌질환의 발병기전에 관한 단서를 얻음으로써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23일자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